3·4위전은 원래 김빠진 경기라고들 합니다. 결승에 못 간 두 팀이 의무감으로 치르는 소화 경기라는 거죠. 마이애미의 이날 밤은 그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잉글랜드가 프랑스를 6-4로 꺾었는데요. 한 경기 10골. 1982년 헝가리가 엘살바도르를 10-1로 이긴 경기(11골) 이후 44년 동안 월드컵에서 이보다 많은 골이 나온 경기는 없었고, 3·4위전 역사만 놓고 보면 아예 최다 기록입니다.

전반 45분, 절반쯤 바꾼 잉글랜드의 4골 폭격
양 팀 다 선발을 대폭 돌렸습니다. 잉글랜드는 골문에 픽포드 대신 딘 헨더슨을 세우고 케인, 벨링엄, 스톤스를 모두 벤치에 앉혔고요. 프랑스도 살리바와 코네를 빼고 라크루아, 셰르키, 두에를 넣었습니다. 준결승 탈락 사나흘 만에 다시 나서는 경기니 당연한 선택이죠.
그런데 로테이션의 무게가 달랐습니다. 잉글랜드는 멤버를 바꾸고도 라이스, 사카, 콘사 같은 프리미어리그 주전급이 절반은 남아 있었던 반면, 프랑스는 중원과 2선을 자이르에메리, 셰르키, 두에 같은 어린 자원으로 채웠거든요. 그 체급 차가 초반부터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3분 라이스의 선제골로 문을 열더니, 18분 콘사가 헤더로 두 번째 골을 넣었고, 37분과 전반 추가시간에 사카가 연속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전반에만 0-4. 주전 절반이 빠진 팀이 프랑스를 상대로 만든 스코어라는 게 믿기지 않는 45분이었습니다.
음바페의 반격, 그리고 통산 22골
하프타임에 프랑스 벤치가 움직였습니다. 한꺼번에 네 명을 바꾸는 초강수를 뒀는데요. 우파메카노, 바르콜라, 디뉴, 뎀벨레가 들어오자 경기가 순식간에 다른 얼굴이 됐습니다. 48분 음바페가 만회골을 넣었고, 54분에는 교체 투입된 바르콜라가 한 골을 보탰습니다. 66분 음바페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3-4. 후반 시작 20분 만에 한 골 차까지 따라온 겁니다.
이 두 골로 음바페는 월드컵 통산 22골이 됐습니다.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 신기록인데요. 우승도 결승 진출도 놓친 대회지만, 클로제(16골)를 훌쩍 넘어선 이 기록 하나는 음바페가 마이애미에서 챙겨간 확실한 전리품입니다. 이번 대회 10골로 득점왕(골든부트)도 확정지었고요.
승부를 다시 가른 건 사카의 오른발
한 골 차로 쫓기던 잉글랜드를 구한 건 이날 가장 뜨거웠던 선수, 사카였습니다. 87분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는데요. 3-5가 되면서 프랑스의 추격 동력이 꺾였습니다. 추가시간의 두 골(90+6분 뎀벨레, 90+8분 벨링엄)은 이 난타전다운 마무리였죠. 특히 벨링엄은 79분에 들어와서도 골 하나를 남기고 갔습니다.
경기 후 사카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ESPN에 따르면 “더 많이 뛰고 싶었다”고 했는데요. 대회 내내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했던 선수가 마지막 경기에서 해트트릭으로 자기 주장을 증명한 셈입니다.
슈팅은 19-19, 정확히 동률이었습니다. 수비가 실종된 경기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순위 결정전이라 부담이 없다 보니 양 팀 다 공격에만 힘을 실었고, 내려앉아 지킬 이유가 없으니 골이 계속 나왔습니다. 진지한 전술 분석보다는 축제에 가까운 90분이었다고 보는 게 정직할 겁니다.
선발 라인업과 교체
실제 선발 위치와 교체 시점을 함께 담았습니다. 선수 옆 ↓는 빠진 시간, 왼쪽 아래 ‘교체 IN’은 들어온 시간입니다.


프랑스는 음바페를 최전방에 둔 4-2-3-1로 나섰지만, 0-4가 된 하프타임에 네 명을 한꺼번에 바꿨습니다. 결과적으로 후반 네 골 중 두 골(바르콜라·뎀벨레)을 교체 선수가 넣었으니 벤치의 응급 처치는 통한 셈입니다. 잉글랜드는 토니를 원톱으로 세운 4-1-2-3였고, 79분 벨링엄과 앤더슨을 넣으며 경기를 매듭지으러 들어갔습니다. 벨링엄이 곧바로 골까지 넣었으니 이쪽 벤치도 할 일을 다 했죠.
두 팀이 가져간 것
잉글랜드는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1-2로 아쉽게 졌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쿼드의 두께를 확인한 건 다음 대회를 향한 소득입니다. 케인이 벤치에서 지켜보는 동안 라이스, 콘사, 사카, 벨링엄까지 2선과 수비 자원들이 여섯 골을 합작했으니까요.
프랑스는 4위입니다. 준결승 스페인전 0-2 패배에 이어 이날도 수비가 무너지며 2연패로 대회를 마쳤는데요. 음바페의 개인 기록과 별개로, 주전과 백업의 격차 그리고 수비 조직의 기복이라는 숙제를 확인한 대회였습니다.
자료: FIFA 공식 데이터(스코어·득점·선발·교체·슈팅·이벤트 타임라인 일체). 경기 배경과 기록 관련 서술은 Sky Sports·ESPN·알자지라 리포트를 교차 참조했습니다. xG는 제공되지 않아 흐름 판단은 골 타이밍과 슈팅 지표 위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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